오늘은 또 쉬는날! 다음주에 원석이가 육지로 가는 바람에 이번주에 휴일이 많다. 오늘 쉬는 날이라고 어젯밤에 영화 한 편을 편히 보고 잤다. 어제 본 영화는 라스트 홀리데이 요새 다음카페 인기랭킹에 언급되서 봤는데 이 영화를 보니 게하 스텝 온 걸 잘했다는 위로가 된다. 사람이 어차피 죽는 거 해보고 싶은거 하는게 뭐 잘못되었는가! 이러면서 ㅋㅋㅋ 무튼 아침이 되어 움직여야하는데, 약기운에 아직 컨디션이 애매하다 그래서 오늘은 멀리 말고 지난번 처럼 근처 올레길을 걸어야겠다 그래서 보니 올레길 15코스가 있어서 이걸 걸으려하는데, 흠 15길은 코스가 2개다. A와 B 둘 다 있는데 이 중 B가 좀 더 유한코스라 B를 가려고 갔다가 이왕이면 A부터 가는게 낫다 싶어서 결국 A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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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항에서 바로 A와 B가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수원리쯤 가서 길이 나뉜다. 제주와서 한림대가 아닌 한림도 익숙해져가고 육지 수원이 아닌 수원리도 눈에 슬슬 익어간다. 15-A 코스는 바다가 아닌 평지길로 들어서는데, 길 곳곳에 연꽃이나 벽화들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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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쭉 걷다보면 선우정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에서 잠시 화장실 이용하고 휴식을 취하고 나왔다. 음 절 앞에 중국인들을 의식한 건물 몇개가 있었는데, 그런 건물을 안짓는 편이 더 낫지 않았으려나란 생각이 들었다. 절을 뒤로하고 좀 더 걷다보면 연꽃과 돌담과 바다가 보이는 절경이 나온다. 연꽃 시기가 지나서 꽃은 없었지만 이 풍경 자체가 참 예뻐서 소소하게 예쁜 게 많은 길이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 더 걷다보면 개인 사유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내어주어 감사히 생각하란 표지판을 보고 음 감사하다라 속으로 생각했는데, 걷다보니 실 주인분을 만나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ㅋㅋㅋ 요즘 제주도를 걷다보면 아래 분홍 꽃이 많은데, 무슨 꽃인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한참 피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유리누나나 다른 스텝들한테 물어봐야지 무슨 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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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좀 더 걷다보면 납읍초등학교가 나온다. 납읍 초등학교를 옆에 두고 한바퀴 도는 올레길 코스가 있어서 의아해했는데 올라가보니 난대림이 자라는 나무들 옆으로 초등학생들이 쓴 시들이 있었다. 그 글들 읽어가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참 귀엽고 인상깊었다. 그렇게 길을 건너 납읍초등학교 옆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고 쭉 걸어가니 납읍리 읍사무소가 보였다. 읍사무소치고 나무들이 잘 정리되어있는게 보기 좋아서 찰칵! 지나가는 길에 집들마다 꽃들이 또 예쁘게 그려져있다. 그려진 꽃들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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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며 길보며 걷다보니 비석이 하나 있어서 유심히 봤다. 제주 4.3사건일이 발생할 당시에 성을 지어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글을 보니 괜히 또 먹먹하다 이 아름다운 제주엔 4.3사건이 참 참혹하게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잔잔히 슬프지만 아름다운 길들을 뒤로하고 쭉 걸어가는데 알로에를 농작하는 하우스가 보였다. 제주도에 알로에가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해서 찰칵 그리고 걷다보니 저 멀리서부터 고내해변이 보인다. 고내봉 주변에 오르니 고내해변이 잘보여 좋은데, 이 길 자체가 공사판이다. 흠 공사판인 길을 보니 마음이 괜히 뒤숭생숭 길이 좋아지면 차는 이용하기 편하겠지만 올레길로서의 매력은 또 반감하진 않을까 괜히 걱정이 된다. 고내 해변을 두고 빙글빙글 돌며 걷다가 마침내 15코스 마무리에 도착 지난 16코스 시작을 했던 그 장소라 더 익숙하고 친숙했다. 다음엔 15코스 B도 걸어봐야겠다 이미 익숙한 곳이라 부지런히 나와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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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니 혼근하고 있던 원석이가 마침 쉬고 있었다. 부지런히 샤워를 하고 책 읽고 할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쯤이 되자 원석이가 유리누나가 사다준 후지로 만들어준 중국식 고기볶음 한림에 약속이 있어 갈까 말까하는데 원석이가 쉬는날은 무조건 나가라고 가보랜다. 그래서 일단 한림에 가서 아는 사람 만나고 좀 놀다가 빵집에서 원석이와 먹을 빵을 좀 사서 숙소로 복귀! 숙소서 빵을 먹으며 올레길을 만드신 서명숙님의 글을 마저 다 읽었다. 이 글을 읽으니 내가 무의미하게 걷던 올레길에 대해 반성 반 감동 반이 생겼다. 올레길 좀 더 의미있게 걸으려 노력해야겠다. 내일은 혼근이니 오늘은 어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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